[대신증권 정해창] 공포의 정점이 저점이었던 역사: 서킷브레이커와 P/E 8배의 시사점

이 보고서는 최근 주식 시장이 크게 출렁이며 서킷브레이커라는 제도가 발동되었던 상황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이렇습니다.

서킷브레이커, 이란 사태와 아시아 경제 영향 우려에 급락

최근 우리나라의 주식 시장인 코스피가 갑자기 크게 떨어지면서 서킷브레이커라는 장치가 발동되었습니다. 이는 이란과 관련한 나라 사이의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처음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 같던 이란 주변의 긴장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큰 싸움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자, 시장에서는 '석유나 가스 같은 에너지가 우리에게 오는 길이 끊길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생각해서 주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유가(기름값)가 오르면 모든 물건값이 함께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미국 달러의 가치도 오르면서 나라의 돈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통화정책)을 내리기 어려워지거나, 한 나라의 경제의 기본적인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나오는 석유와 가스에 많이 의존하는 우리나라, 일본, 대만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까 봐 더욱 걱정했고, 이 때문에 주식 가격이 더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많이 올랐던 반도체 회사들부터 큰 회사들, 방위산업 회사들까지 모든 분야에서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서킷브레이커: 주식 시장이 너무 갑자기 크게 떨어질 때, 잠시 동안 주식 거래를 멈추는 제도입니다. 투자자들이 너무 당황해서 주식을 마구 파는 것을 막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함입니다.

코스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주식 시장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처럼 규모가 큰 회사들의 주식이 주로 거래됩니다.

지정학적 위기: 나라와 나라 사이의 정치적인 문제나 전쟁 같은 상황 때문에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말합니다.

유가: 원유(가공하지 않은 기름)의 국제 시장 가격을 말합니다. 이 가격이 오르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차를 운전하는 비용이 늘어나 모든 물건값이 오르는 데 영향을 줍니다.

인플레이션: 물건값이 계속해서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돈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집니다.

달러 가치 (달러인덱스): 미국 달러의 가치를 다른 주요 나라 돈의 가치와 비교해서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이 숫자가 오르면 달러의 힘이 세졌다는 의미입니다.

통화정책: 한 나라의 중앙은행(우리나라의 한국은행 같은 곳)이 돈의 양이나 금리를 조절해서 경제를 안정시키려는 방법을 말합니다.

경제 펀더멘털: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지표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있는지, 일자리 수는 얼마나 많은지, 물가는 안정적인지 등이 있습니다.

공포에 질려 주식을 내던지는 현상 (투매성 매물): 시장 상황이 너무 안 좋다고 판단하여, 가격에 상관없이 가지고 있던 주식을 서둘러 팔아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의 통계, 공포의 정점이 저점이었던 역사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여덟 번째입니다. 지난 2024년 8월 이후로는 약 19개월 만에 다시 발동된 것입니다. (참고로 코스닥 시장에서는 이번이 12번째 발동입니다.)

과거 코스피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던 여덟 번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장이 아주 불안하고 무서워하던 바로 그 순간이 오히려 주식 가격이 가장 낮은 지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2000년 9월 닷컴 버블 때와 2020년 3월 코로나 팬데믹 때 발동된 서킷브레이커 중 한 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다음 날 주식 시장이 대부분 다시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더 자세히 보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 이후 평균 32거래일(약 한 달 반) 정도 지나면 주식 가격이 떨어진 만큼을 9.9% 정도 다시 회복했으며, 60거래일(약 석 달) 정도 후에는 20% 가까이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투자자들이 무서운 마음에 주식을 마구 팔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다시 오르는 일시적인 반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오늘(3월 4일) 기록한 코스피의 가장 낮은 지점인 5,059포인트는 P/E가 8.06배 수준입니다.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코스피의 주식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버텨주던 중요한 선으로 작용했던 구간입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가장 낮았던 지점은 2011년(미국 신용 등급 강등 사태)과 코로나 팬데믹 때의 P/E 7.5배 수준이었습니다. 즉, 이번 이란 사태가 계속 이어져 아주 큰 경제 침체나 심각한 위기로 번지지 않는다면, P/E가 8배 이하로 내려간 지금의 주식 가치는 주식 가격이 너무 급하게 많이 떨어져서 싸졌다고 볼 수 있는 때라는 것입니다.

코스닥: 코스피보다는 규모가 작은, 주로 기술력이 좋은 벤처 기업이나 성장하는 중소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입니다.

닷컴 버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주식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너무 많이 올랐다가 갑자기 크게 떨어진 현상을 말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말합니다. 이로 인해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무서운 마음에 주식을 마구 팔았다가 (패닉 셀): 시장 상황이 너무 나쁘다고 생각해서 무서운 마음에 가지고 있는 주식을 가격에 상관없이 마구 팔아버리는 행동입니다.

일시적인 반등 (기술적 반등): 주식 가격이 너무 크게 떨어졌을 때, 특별한 좋은 소식이 없더라도 잠시 동안 가격이 다시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P/E (주가수익비율): P/E는 한 회사의 주식 가격이 그 회사가 1년 동안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몇 배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이 숫자가 낮으면 주식이 현재 이익에 비해 싸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금융위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경제를 흔들었던 아주 큰 경제 위기를 말합니다.

버텨주던 중요한 선 (지지선): 주식 가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버텨주는 중요한 가격대를 말합니다. 이 선 아래로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제 침체: 한 나라의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주식 가치 (PER 밸류에이션): 한 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이 현재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P/E 비율을 사용해 가치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싸졌다고 볼 수 있는 때 (낙폭과대 구간): 주식 가격이 최근에 너무 급하게 많이 떨어져서, 실제 가치보다 훨씬 싸졌다고 판단되는 때를 말합니다.

핵심은 유가, 최악의 상황을 미리 반영한 뒤 실적을 바탕으로 회복 전망

나라와 나라 사이의 지정학적 위기가 어떻게 될지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금융 시장에서는 이란의 중요한 바닷길인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막힐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석유 공급에 대한 전망을 보여주는 기름값(유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WTI 유가(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는 한 배럴에 약 75달러 수준입니다. 과거에 기름값이 갑자기 크게 올랐던 사건(오일쇼크)처럼 유가가 10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급등한다면 경제에 큰 충격이 올 수 있지만, 아직은 그 정도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JP모건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지노선을 '25일'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재정부는 비상 회의를 통해 208일치에 해당하는 비축용 석유를 가지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이란 사태가 시작된 지 5일째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나라 전체의 경제에 영향을 줄 만큼 25일 이상 길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미국은 곧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유가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란에게도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봉쇄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재정적인 어려움을 가져다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 3월 안에 이란과 미국이 서로 대화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다면 주식 시장은 기업들이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있는지(그들의 실적)와 현재 주식의 가치 등을 바탕으로 다시 회복하고, 최근에 보여주었던 기업 이익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중동 지역에 있는 아주 중요한 바다의 길목입니다. 이곳을 통해 전 세계 석유의 약 20%가 오고 갑니다. 이 길목이 막히면 세계적으로 석유 공급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WTI 유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의 국제 시장 가격을 말합니다. 국제 유가를 대표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오일쇼크: 석유 가격이 갑자기 크게 오르면서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던 사건을 말합니다. 과거에 여러 번 있었습니다.

경제 충격: 경제 활동이 갑자기 둔화되거나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말합니다.

비축용 석유 (전략 비축유): 나라의 비상사태나 기름값이 갑자기 크게 오르는 것에 대비하여 정부가 미리 확보해둔 석유를 말합니다.

나라 전체의 경제 (거시경제): 한 나라 전체의 경제 상황을 이야기할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물가, 실업률, 경제 성장률 등 큰 그림에서의 경제를 다룹니다.

중간선거: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 사이에 치러지는 선거를 말합니다. 이때 유가나 물가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자충수: 바둑 용어에서 유래한 말로, 스스로에게 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어리석은 행동이나 결정을 뜻합니다.

주식 시장 (증시): 주식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을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기업 실적: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이나 사업 결과를 말합니다. 이익이 많이 나면 실적이 좋다고 합니다.

주식의 가치 (밸류에이션): 한 회사의 주식이나 자산이 현재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 이익의 증가세 (EPS 상승 추세): EPS는 한 회사가 벌어들인 총이익을 그 회사의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값입니다. 주식 한 주당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EPS 상승 추세는 회사가 점점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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